상속세 면제한도 개정안 확인할 3가지 숫자

얼마 전 상속 상담에서 자녀 두 분이 “공제액이 올랐다고 들었다”며 계산을 다시 해 달라고 하셨습니다. 상속세 면제한도 개정안 이야기를 듣고, 제안된 금액을 이미 시행 중인 기준으로 생각하신 겁니다. 신고 실무에서는 이 차이가 큽니다. 공제액을 잘못 잡으면 낼 세금도, 준비할 현금도 달라지니까요.
아래 금액은 2026년 상속개시분을 검토할 때 확인해야 할 현행 기준입니다. 흔히 ‘면제한도’라고 부르지만, 정확히는 상속재산에서 일정 금액을 빼는 상속공제입니다. 재산 총액만 보고 세금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1. 개정안의 숫자를 현행 공제로 쓰면 안 됩니다
2024년 정부안에는 자녀공제를 1인당 5천만 원에서 5억 원으로 높이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공개한 심의 결과를 보면 해당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부결됐습니다. 이후 유산취득세 방식 전환과 공제 확대도 논의됐지만, 논의 중인 숫자를 신고서에 먼저 넣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상담할 때 개정안 기사를 본 날짜보다 사망일, 즉 상속개시일을 먼저 확인합니다. 개정 법률이 공포되더라도 언제 발생한 상속부터 적용하는지는 별도로 정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26년 기준 공제를 계산할 때는 국세청이 안내하는 현행 금액부터 놓고 보셔야 합니다.
2. 일괄공제 5억 원과 배우자공제 5억 원은 적용 방식이 다릅니다
일반적인 거주자 상속에서 일괄공제는 5억 원입니다. 기초공제 2억 원에 자녀공제 등 다른 인적공제를 더한 금액과 비교해 유리한 쪽을 적용합니다. 자녀공제의 현행 금액은 자녀 1인당 5천만 원입니다. 자녀가 둘이라면 기초공제 2억 원과 자녀공제 1억 원을 합한 3억 원보다 일괄공제 5억 원이 큽니다.
배우자가 생존해 있다면 배우자 상속공제를 별도로 검토합니다. 배우자가 실제로 받은 금액이 없거나 5억 원보다 적어도 기본적으로 5억 원을 공제합니다. 5억 원 이상을 공제받으려면 실제 상속받은 금액과 법정상속분 등을 반영한 한도를 확인해야 하며, 최대 한도는 30억 원입니다. 실제 상속분에 따른 공제를 받으려면 정해진 기한까지 재산 분할과 필요한 등기·명의개서도 챙겨야 합니다.
배우자와 자녀가 함께 상속받는 흔한 사례에서 ‘최소 10억 원 공제’라고 말하는 이유는 일괄공제 5억 원과 배우자공제 5억 원을 합한 것입니다. 다만 배우자가 단독으로 상속받는 경우에는 일괄공제를 적용할 수 없습니다. 이 경우까지 무조건 10억 원이라고 안내하면 계산이 틀어집니다.
3. 재산 10억 원보다 먼저 볼 것은 증여와 채무입니다
예를 들어 배우자와 자녀가 있는 가정에서 상속재산이 9억 원이고, 사전증여 등 별도 변수가 없다면 기본 공제 10억 원 범위 안에 들어올 수 있습니다. 반대로 겉으로 보이는 재산이 9억 원이어도 사망 전 증여한 재산이 합산되면 결과가 달라집니다. 국세청 안내에 따르면 피상속인이 상속인에게 사망 전 10년 이내 증여한 재산, 상속인이 아닌 사람에게 5년 이내 증여한 재산은 원칙적으로 상속세 과세가액에 더합니다.
채무는 반대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가족끼리 작성한 차용증 한 장만으로 금액이 인정된다고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대출잔액증명서, 이자 납부 내역, 임대차계약서와 보증금 반환채무 자료처럼 사망 당시 실제 채무였음을 보여 주는 자료를 모아야 합니다. 장례비용과 미납 공과금도 영수증 및 납부 자료를 따로 보관하는 편이 좋습니다.
부동산이 있다면 가족이 예상한 가격을 그대로 적지 말고 상속개시일 기준 평가액을 검토해야 합니다. 비슷한 주택의 매매사례나 감정가액이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집 한 채라서 10억 원 이하’라는 말만으로 신고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신고기한 6개월은 사망한 달의 말일부터 셉니다
상속세 신고·납부기한은 원칙적으로 상속개시일이 속한 달의 말일부터 6개월 이내입니다. 가령 2026년 3월 10일에 사망했다면 기본 기한은 2026년 9월 30일입니다. 마지막 날이 토요일이나 공휴일이면 다음 날로 넘어갑니다. 피상속인이나 상속인 전원이 비거주자인 경우에는 기한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상담을 받으면 저는 먼저 사망일을 적고, 재산 목록 옆에 사전증여·채무·장례비용 증빙이 있는지 표시합니다. 그다음 배우자가 실제로 어떤 재산을 받을지 확인합니다. 공제액 인상 소식은 눈에 잘 띄지만, 신고에서 자주 문제 되는 것은 빠진 증여 내역과 늦어진 분할 서류입니다. 개정안의 숫자보다 내 상속에 적용되는 연도와 증빙을 먼저 맞추는 편이 안전합니다.
